찌르르 blog

 10시 반에 시작한 회의는 12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. 회의록을 정리하고 밥을 먹으러 거실로 나갔다. 원래는 김밥이나 순두부찌개를 먹으려다가 집에 있던 볶음밥을 싹 먹어치웠다. 일인분 좀 넘는 양을 영상을 보며 천천히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. 

 

 영상을 보며 점심을 먹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. 그동안은 사무실에서 혼자 책 읽으면서 먹거나 회사 동료들과 함께 나가서 먹었는데 재택근무를 시작하니 점심시간이 훨씬 더 편하고 자유로워졌다. 어제부터 보기 시작한 알로하융님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영상을 봤는데 부럽기도 하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서 불끈거렸다. 성실하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.

 

 밥을 먹고 바로 앉아서 일하면 갑갑하기도 하고 속도 더부룩할 것 같아서 산책을 나갔다. 날이 흐리고 추웠다. 목이 허해서 후드 집업에 달린 모자로 목을 감쌌다. 훨씬 든든했다. 여유 시간이 20분밖에 없어서 멀리까지는 못 갔다.

 

 돌아오는 길에 까만 길고양이가 길을 뛰어다니길래 뒤에서 조용히 따라갔다. 미행한 건 아니고 가는 길이 겹쳤다. 내가 따라가는 줄도 모르고 밭에 들어가서 킁킁대며 냄새를 맡다가 

 

 

 뒤에서 따라오던 나를 발견하고 뒤돌아서 한 5초 멈췄다. 그러더니 막 달려가다가 뒤돌아서 날 보고, 내가 멈춰있으니까 또 달려가고, 자꾸 뒤돌아보길래 쳐다보지 않고 내 갈 길 갔다. 놀라게 해서 미안... 우리 집 고양이랑 닮아서 그랬어. 

 

 고양이와 헤어지고 난 뒤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졌다. 쏟아질까 봐 겁이 나서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. 고양이는 잘 숨었을까?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을 잘 찾았다면 좋을 텐데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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